2019
정의의 궤도
Hello, Stra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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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dge of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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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Springfield
2017
Prohairc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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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의 밤
Stellar Circle
다정다감
기타
2020
로스탄 아래
황금의 물결
모래에 선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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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N (HGSS)
전지적독자시점
DUNKIRK
this is crazy teen stuff
2016
Star Treck
FRANKENSTEIN
2021
FFXIV
임시
PKMN (FRLG)
masara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생각보다 바쁩니다. 쉴 수 있을 땐 틈틈이 게임을 하고 있어요. 아는 언니가 페르소나4를 선물해줘서, 요즘은 데바데나 페르소나4를 번갈아 플레이 중에 있습니다. 아~ 페르소나4 재밌더라구요. 실시간으로 리뷰를 썼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워하고 있어요. 인물에 대한 평이 전반~중반~후반에 극도로 갈려서ㅋㅋㅋㅋ 기록해놨으면 분명 제 자신에게도 재밌는 경험이 됐을 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전 여기서도 주인공 x 주인공 절친 잡았음; (시발 ㅋㅋㅋㅎㅋㅋㅋ) 지난 주엔 일주일 내내 제주도에 있었는데, 목요일에는 무시무시한 비가 내렸어요. 그 폭풍을 뚫고 돌아다녔더니 아직도 좀 피곤합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아요... 믿을 수 없음. 나 분명 아무리 피곤해도 한밤만 푹 자면 말짱하게 회복했는데..
1. 바르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우두커니 서서 해안에 정박하는 배를 보았다. 수평선에서부터 나타난 까만 점이 써드빌로 다가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가까워진 배의 갑판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조금 들어야했다. 바르바라는 갑판 위에서 죽었다고 생각한 얼굴들을 보았다. 해변의 기사들과 갑판의 기사들은 동시에 숨을 죽였다. 놀란 표정이 교환되고 잠시간 침묵이 있다가 마침내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들이 돌아왔어. 갑판 위에 선 동료들이 모래톱으로 뛰어내렸다. 몇몇이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뛰쳐나갔고, 몇몇은 망연하게 제자리에 남았다. 바르바라는 후자였다.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을 준비가 필요했다. 불과 이틀 전에 섬에 남겨진 자들을 완전히 마음 바깥으로 떠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틀 전에 이미..
1 눈을 떴을 때, 그는 거적에 말려있었다. 불편한 자세였다. 그 다음으로 느낀 건 추위였다. 발끝이 너무 차가워서 고통조차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발가벗고 있다고 느꼈다. 바람을 막아줄 만한 옷 같은 게 몸에 걸쳐져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거적에 말린 채로 그레인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손가락을 조금 꼼질거리려고 했을 뿐인데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움직여지지 않고 있거나, 움직이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들고 있는듯했다. 결국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포기하고(손가락은 실제로 조금 움직이기는 했지만, 감각이 없었으므로 그는 느끼지 못했다) 잠시간 그대로 누워있었다. 얼마 뒤 졸음이 몰려왔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 다시 몸을 움직여보기로 했다. 온몸을 통나무처럼 굴..
지지는 단상으로 올라가 힘차게 숨을 들이마셨다. 초속 100km의 속도로 피치파 마을을 아우르는 쾌청한 공기와 온갖 냄새가 지지의 콧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지의 뱃속에는 때마침 형광색 버섯과 곰팡이와 이끼가 자라고 천장에선 잿빛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 어마무시한 콧바람이 들이닥치면서 그녀의 뱃속에서 벌어지던 사랑스러운 난장판은 흔적도 없이 쓸려나가고 말았다. 마침내 속이 텅 빈 느낌을 받은 지지는 뱃가죽을 문지르며 여러분을 향해 빙그레 웃었고, 리스피어 교수가 화답해주자 그녀의 뱃속에선 침착함과 용기라는 싹이 하나씩 솟구쳐 올랐다. “지지 ‘융’ 헌팅턴입니다! 오늘 저는 그동안 작성해온 논문의 중간 단계를 발표하려고 합니다.” 그녀 곁을 빙글빙글 돌던 소환수가 차례로 등 뒤에 붙더니 곧 여..
지지가 그 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건 2학년 때다. 집에서 가지고 온 작은 묘목이었다. 지지의 오빠가 시험 삼아 만들어낸 새 품종이었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해서 세 그루 째 말라죽게 되자 이걸 개량할 순 없다고 판단하고 남은 마지막 한 그루였다. 지지는 오빠에게 이 나무를 달라고 했다. 지지의 오빠는 흔쾌히 그 빼빼마른 나무를 건네주었지만, 사과나무라는 건 구색일 뿐 정작 무슨 색깔의 열매가 열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괜찮아. 팔 만한 게 열리진 않을지 몰라도 어쨌든 키우면 뿌듯해질 것 같아!” 과수원 집안의 딸자식으로서 어깨 너머 배워온 여러 가지 지식은 분명 유용하게 쓰였다. 한동안 지지는 이 작다란 나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가지를 치고, 비료를 푸고, 영양제를 넣고..
지지는 아름다운 풍선을 만들고 있었다. 열여덟 살 때다. 날씨가 좋았다. 피치파 마을의 바람은 후덥지근한 법이 없고 서늘하고 건조해서 언제나 창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창가에 기대어 황금빛 액체를 머그컵에 넣고 흔들고 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듣고 있던 건 무슨 과목이었지?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약초학 강의는 아니었다. 졸고 있지 않았으니까. 한창 수업 중인 강의실 문을 두들긴 것은 당시 지지를 담당하던 해던 교수였다. 그가 지지를 찾았다. 그는 그때 지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호명했는데(“지지 헌팅턴 학생을 불러주세요”), 지지는 아직도 해던 교수가 사용하던 어투에 담긴 무게, 그 무게로 감지할 수 있는 비일상의 전조를 잊지 못한다. 계단식 강의실을 천천히 내려와 교단을 지나치는 동안 지지는 등이 차갑..
칼베가에 도착하자마자 위에나는 복잡한 도시 생활이 그리워졌다. 슈텐에는 어디를 가도 최소 2층짜리 건물이 세워져있었고 길도 편리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칼베가에도 포장된 도로가 있기는 했지만 가장자리 군데군데가 깨져있어 마차가 활발히 지나다니기 힘들고 도시 자체가 구식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위에나는 도시 입구까지 도보로 30여분 정도 걸어온 상태였는데, 마차사고가 있어 그녀를 태운 마차가 진입할 길목이 완전히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나는 너무 피곤한 상태로 이곳에 도착한 나머지 모든 게 나빠 보이기만 했다. 아무리 애써도 이 도시를 도무지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무의식이 어떻게든 트집을 잡기 위해 도시의 풍경을 둘러보는 동안 주변은 점차 어두워지고 위협적으로 변했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어느 화창한 9월의 오후, 겐나디는 내가 일하는 공방으로 뛰쳐들어왔다. 나는 키 낮은 책상에 허리를 굽히고 앉아 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작년부터 일하기 시작한 조수 갈리나는 재료에 사포질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큰 소리에 놀라 동시에 현관을 쳐다보았다. 덜컹거리는 마차, 새의 지저귐, 바람의 결을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사귀 소리가 벌컥 열린 문과 함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만 것 같았다. 겐나니는 늑대에 쫓기다 헛간으로 몸을 던진 새끼 사슴처럼 잔뜩 경직된 허벅지와 번쩍이는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 애는 잠시간 안절부절 못하더니 내가 웅크리고 있는 책상까지 두리번거리며 걸어왔다. 그러더니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지금 당장 그래야 한다고 했다. 그 애가 거칠게 나를 끌고 나가는 동안 갈리나는 어쩔 줄..